그들만의 리그

2008/08/07 11:54

Visual Basic의 아버지가 지은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온 디자인이라는 책을 보면, "그들만의 문화"라는 챕터가 나온다. 읽은지 너무 오래 되어서 기억나는대로 말해보자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헐리우드에서는 그냥 동네 편의점에서 아무나 붙잡고, "요즘 진행하는 영화는 잘 되어 가나요?"라고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자신이 (감독이든, 배우든, 스텝이든) 참여하는 영화에 대해 설명한다고 한다. 이게 뭔 소리냐면, (조금 과장해서) 헐리우드 지역에서 사는 사람의 대부분은 영화 관계자라는 소리다. 그들은 영화를 만들면서, 주변 사람들이 당연히 영화에 대해 많이 알고, 이해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여기에서 사소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당연히 자신의 주위 사람들처럼, 영화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들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련된 사람들은 자신이 접하는 이들이 사용자라고 믿는다. 일종의, 그들만의 리그다.

우리는, 주변의 사람들이 컴퓨터를 쓰고, 인터넷을 쓰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것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 어머니께서 컴퓨터를 쓰시는 모습을 보더라도 많은 좌절을 한다. (우리 어무이는 인터넷에서 더블클릭을 하신다!! -_-;; 심지어, 인터넷은 Daum이 전부라고 생각하신다. URL 이런건 당연히 모르신다.)

나는 정말 혁신적이라고 생각하는 오픈ID나, 없었으면 끔찍했을 것 같은 RSS와 같은 기술을 보면, 오.. 프로그래머에겐 이해하기 쉽고 간단하고 참 좋은 기술들이나, 일반 사용자들에게 이것들을 이해시키기엔 절대로 쉽지 않다. 파워 유저들은 이런 고급기술(?)에 대해서 쉽게 이해하고, 잘 사용하지만, 그들은 그냥 파워 유저들일 뿐이다. 우리 어머니에게 오픈ID를 이해시키느니, 내가 경영학으로 전공을 바꾸는게 더 쉬울 것 같다. 심지어,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친구조차도, 오픈ID를 이해하지 못하더라. 이런걸 사용자들에게 쓰게 한다고? 미쳤다.

우리가 사용하는 이 복잡한 인터페이스들은.. 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옆집 할아버지들도 TV는 쉽게 쓰지 않나? (아, 물론, 요즘은 디지털TV다 뭐다 해서, 점점 사용법이 컴퓨터를 닮아가는 멍청한 상황들이 연출되고 있긴 하다.). 예전 필름 카메라들은 다들 쉽게 쓰지 않았나? 하지만, 지금의 디카는 충분히 복잡해졌다. 단순히 기능이 많아졌기 때문에 복잡해진 것이 아니다. 아무리 복잡해도, 사진을 찍는 것 자체의 사용법은 간단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인터페이스는, 학습이 필요 없고, 매뉴얼이 필요 없는 인터페이스다. 그런게 있긴 하냐고? 일단 아래의 동영상을 봐주자.

가격이 최소 5천만원정도 해서 그렇지, 판매가 되는 제품이다. Microsoft Surface에서 선보인 위와 같은 인터페이스가 결국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또는, 거쳐가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Microsoft Windows 7 에서도 위와 비슷한 멀티터치 인터페이스가 추가된다.)

컴퓨터는 처음엔, 프로그래머들만이 사용하는 제품이었기에 탄생부터 엔지니어틱했다. TV는 처음부터 사용자들을 위한 제품인 것과 반대된다. 하지만 이제는, 좀 추상화를 입혀도 되지 않을까? GUI가 User Experience에 많은 개선을 하긴 했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진 않다. 우리 어무이에게 컴퓨터 사용법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여전히 힘들다. 조엘 스폴스키의 말대로, 추상화는 문제점을 덮어버리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사용자에게 그 문제점을 해결하는 건 일부만으로 충분하다. 갑자기 멀쩡하던 인터넷이 안되면 A/S 기사를 부르는 것 처럼, 예외가 최소화 되어야 하고, 그 부분을 이해할 필요는 없어야 한다.

정리해보자. 우리는 컴퓨터(또는 컴퓨터를 닮아가는 무시무시한 전자제품)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 개발자들이 이런 모든 것들을 세상으로부터 어느정도 추상화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세상이 복잡하기 때문에 사용법이 이렇게 복잡하다고? 거짓말 하지 마라. 개선할 수 있다. 옆집 할아버지도 매뉴얼을 보지 않고 사용하게 할 수 있다. 우리 어무이도 쉽게 사용하게 할 수 있다. 그것이 개발자라고 불리우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자.. 우리 모두 UX에 대해서 고민을 조금만 해보자. 한 걸음씩 개선을 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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