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싸이월드를 하지 않는다.
2004/09/21 21:421. 사진과 글
싸이월드는 오프라인의 인맥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공유한다는 점이 싸이의 장점이자, 발목을 잡는 점이다. 오프라인은 폐쇄성이 있다. 일단 보고 듣는 사람의 대상이 한정되어있고, 무슨 말을 하던지 무엇을 보던지, 그 사람들끼리의 공유된 기억이다. 물론, "내 친구의 이야기인데 어쩌구.."하면서 전달이 되는 경우는 상당히 있으나, 그 내용의 정도와 전달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에 의해서 걸러지기 때문에, "퍼지면 안되는"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다.
그러나 싸이는 다르다. 기본적으로 모든 글과 사진이 공개되어있어서 익명의 누군가가 그 글과 사진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에게 보여지는" 글과 사진만을 올리게 된다. (이 부분은 어느정도는 블로그도 벗어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싸이월드는 1촌이라는 것을 통해서 "익명"이 글과 사진을 볼 수 없게 해놓고 있다. 그럼 모든것이 해결되는가? 절대로 아니다.
늘 말하다시피, 네트에 올리는 일기는 이미 일기가 아니다. (jong10, 2003)
2. 1촌
1촌은 있는데, 2촌이나 3촌은 없다. 이 것이 그룹의 벽을 무너뜨린다. 한 사람이 (오프라인의)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공간은 최소 2~3개는 될텐데.. 그 2~3개 그룹간에 서로 구분된 다른 글과 사진을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싸이에 올리게 되는 글과 사진을 "1촌으로 맺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정도의 레벨"로 한정시켜준다. 그 이상의 글과 그림은 올리기 어렵다.
1촌을 맺는다..라는 기준도 꽤나 애매하다. 누군가 1촌을 맺자고 신청을 했는데, 매정하게 "거절"을 누를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만약에 싸이에 2촌이나 3촌이 있다고 하더라도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누가 1촌을 맺자고 했는데, "나는 당신과 별로 안친하니깐 2촌을 하지요."라고 해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아예 "어쩌구 저쩌구 모임"이라는 식으로 그룹핑을 하면 어느정도는 해결이 가능하겠지만.. 대신에 싸이측에서는 굉~장한 비용이 추가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1촌"이라는 것은 "소수가 공유할 수 있는 글이나 사진"을 올릴 수 있게 도와주지 못한다. 그로 인해서 대체적으로 가벼운 글만 올리게 된다. "비밀 없이는 진실도 없다."
3. 꾸미기
이렇게 대다수의 글과 사진이 "노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절대로 나쁜 일을 기록하지 않는다. (비공개가 아닌 이상.) 살다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는 법인데, 시스템상으로 "아름다운" 일들만을 기록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애초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싸이를 시작한 계기는 타인의 "동화같은 이야기가 기록된" 싸이를 보고 자신도 만들고 싶어져서였고, 만들고 나서는 자신의 싸이에 다른 사람들이 와주길 바라고, 잔인하게도 숫자로 나타나는 방문자수를 보면서, 어떻게든 방문자를 늘려보려고 하게 된다. (도토리도 한 몫을 한다.)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은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본능이다. 그렇게 관심을 끌려고 하는 매체로 싸이가 사용되면서 "나쁜일"이나 "추한일"을 기록할 리는 절대로 없는 것이다. 거기에서 현실세계와 싸이에서의 괴리감이 발생한다. 현실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기에 "좋은 것"만 남겨서, 또 다른 자신의 세계를 창조해버리는 것이다. "자신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는 것을 거울을 탓해 무엇하랴."
4. 방명록
싸이월드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사진첩"과 "방명록"이다. 사진첩의 경우에는 굉장한 순기능을 하고 있다. 이것에 대해 비판할 것은 없다. 문제는.. 방명록이다.
대부분의 싸이에 가보면, "왔으면 방명록에 글을 남겨라."라는 의미가 담긴 글이나 사진을 만나게 된다. 또 많은 사람들을 보면, 1촌 순회를 하면서 (힘겨워하면서) 방명록에 모조리 글을 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방명록에 글을 남기는 이유들중 가장 많은 것은, "자신의 싸이에 방명록을 남겨달라."는 요구이다. 저 사람이 내 싸이에 글을 남겨줬으니 나도 가서 글을 남겨줘야 한다..라는 의식이 (무의식적으로) 강요받게 된다. 이 것은 그 싸이의 주인이 요구했든 요구하지 않았든, 싸이월드의 시스템 자체에서 무의식적인 강요가 전달되어진다. 나는 그렇게까지 해서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내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깊고 좁게"였기 때문. "고독히 걸으며 악을 낳지 않으며 원하는 것은 적다. 숲 속의 코끼리처럼.."
5. 폐쇄성
이 것은 조금 개인 적인 부분이다. 난 "로그인을 해서 글을 쓰는 것들"을 싫어한다. 거기에 아바타도 달려있으면 "매우 싫어"하고, 거기다가 도토리같은 포인트 같은 것이 달려있다면 정말 "혐오"한다. 싸이는 이 모든 것을 갖췄다. 게다가 오프라인의 인맥이라는 것을 "활용"해서 전국민에게서 이익을 어떻게든 창출하려는 모습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회사로서는 당연한 길일 수도 있겠으나, 나는 그런 것이 보이는데도 끌려가줄 정도로 관대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만 사람이 모이면, 그 이상은 (사람들의 습성 때문에) 꾸역꾸역 모이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그러한 부분이 조금 심한 편이다. 그러한 점을 이용해서 네트워크를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싸이월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진자 더욱 가지게 될 것이고, 못가진 자 그 가진 것 마저 빼았기리라. (성서, 마태복음 25:29)"
혹시라도 이 글이 재밌었다면 다음 글을 추천한다. 짧은 글이다. 즐거운 서핑 되시길..
추천하는 글 : 착한 칭찬의 놀이 동산, 싸이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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